퇴직금을 IRP로 옮기면 퇴직소득세가 미뤄진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을 때 원래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나머지 금액이 지급됩니다. 하지만 퇴직금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본인 명의의 IRP 등 연금계좌로 입금하면, 그 세금은 당장 걷히지 않고 계좌 안에서 이연퇴직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미뤄집니다(소득세법 제146조 제2항, 시행령 제202조의2).
회사가 처음부터 IRP 계좌로 퇴직금을 바로 이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개인 계좌로 받았더라도 60일 안에 IRP에 옮기면 같은 이연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이미 원천징수된 세금을 되돌릴 방법이 없으므로, 계좌 개설과 이체 시점을 퇴직 전에 미리 맞춰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IRP 연금 수령 요건, 55세와 5년 그리고 예외
연금계좌에서 연금으로 인출하려면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만 55세 이상이어야 하고, 계좌를 만든 지 5년이 지나야 합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2).
다만 계좌에 든 돈이 회사에서 넘어온 이연퇴직소득뿐이라면 이 5년 요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퇴직금만 넣어둔 IRP는 만 55세만 넘으면 계좌를 개설한 지 얼마 안 됐어도 연금 수령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세액공제를 노리고 추가로 낸 돈이 섞여 있다면 그 부분은 일반 연금계좌 요건을 그대로 따릅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
이연퇴직소득을 연금으로 받기 시작하면, 매번 인출할 때마다 그 금액에 해당하는 이연퇴직소득세가 원천징수됩니다. 이때 적용되는 세율은 전액이 아니라 연금 실제 수령연차에 따라 낮아집니다(소득세법 제129조).
연금 실제 수령연차가 10년 이하인 동안은 연금 외 형태로 받았을 때 매길 세율의 70%만 적용되어 30%가 줄어듭니다. 10년을 넘어 20년 이하 구간에서는 60%만 적용되어 40%가 줄고, 20년을 넘으면 50%만 적용되어 절반이 줄어듭니다. 오래 나눠 받을수록 감면폭이 커지는 계단식 구조입니다.
중도에 연금 아닌 형태로 찾으면 감면이 사라진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연금이 아닌 형태로 중도 인출하면, 그 인출 금액이 전체 이연퇴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이연퇴직소득세가 그대로 원천징수됩니다. 계산식은 이연퇴직소득세에 인출 금액을 이연퇴직소득 총액으로 나눈 비율을 곱하는 방식입니다.
이때는 연금 실제 수령연차에 따른 감면율이 적용되지 않아, 처음부터 일시금으로 받았을 때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그 인출분만큼 내게 됩니다. 나머지 계좌에 남은 금액은 이후에 연금으로 받으면 그 시점의 수령연차에 맞는 감면율이 다시 적용됩니다.
운용 수익에 붙는 세금은 따로 계산된다
IRP 안에서 이연퇴직소득을 굴려 생긴 운용 수익은 퇴직소득세가 아니라 연금소득세 대상입니다. 이 부분은 나이에 따라 3.3~5.5%의 낮은 세율로 별도 과세되고, 사적연금 수령액이 연간 일정 금액을 넘으면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하는 방식이 적용됩니다.
즉 같은 IRP 계좌라도 회사가 넣어준 퇴직금 부분과 그 돈을 굴려 늘어난 부분은 세금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정확한 구간별 세율과 종합과세 기준은 연금 수령 세금을 다루는 별도 자료에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유리한가
근속 기간이 길어 퇴직금 규모가 크고, 당장 목돈이 급하지 않다면 IRP로 옮겨 오래 나눠 받는 쪽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나눠 받으면 이연퇴직소득세의 절반만 내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택 구입이나 채무 상환처럼 당장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면 세금을 아끼려고 무리하게 수령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본인의 근속연수·퇴직금 규모·자금 계획을 함께 놓고, 실제 예상 세액은 IRP를 개설한 금융회사나 국세청 상담을 통해 재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