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하면 손해, 이전이 답인 이유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이 답답해 펀드로 옮기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지입니다. 그런데 그냥 해지하면 손해가 큽니다. 그동안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16.5% 기타소득세가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해지가 아니라 계약이전입니다. 연금저축은 같은 연금저축 안에서 보험, 펀드, 신탁끼리 계좌를 옮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계좌를 이사하는 것이라 세제 혜택이 그대로 따라오고, 세금을 토해낼 일이 없습니다.
이전 신청은 어디서, 어떻게 하나
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옮겨갈 증권사에서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를 먼저 개설한 뒤, 그 증권사에 기존 보험 계좌를 이곳으로 이전해 달라고 신청하면 됩니다. 요즘은 증권사 앱에서 이전 신청까지 되는 곳이 많습니다.
내가 보험사에 따로 해지를 요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받는 증권사가 보험사에 이전을 통보하면 해지와 자금 이동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이전이 끝나면 넘어온 적립금으로 국내외 지수 ETF나 채권형 펀드 등을 직접 골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 계약이전 방법, 신청부터 입금까지
금융감독원 안내에 따르면 신청은 돈을 받을 금융회사 한 곳에서 합니다. 이체 받을 계좌의 금융회사를 찾아가거나 온라인으로 계좌이체를 신청하면 되고, 온라인 이체 창구를 갖추지 않은 회사라면 영업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기존 보험사 창구까지 따로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처리 순서는 일곱 단계로 안내돼 있습니다. 새 계좌를 열고 이체 신청서와 유의사항에 서명하면 이체 요청이 기존 회사로 넘어가고, 이체 의사를 확인하는 통화가 녹취로 진행됩니다. 이어 이체 예정 또는 취소 통보와 접수 또는 거절 통보가 오간 뒤, 기존 회사가 적립금을 현금으로 바꿔 보내고 이체 결과를 확인하는 통보로 끝납니다.
보험 적립금은 현금으로 들어오니, 어떤 ETF나 펀드를 담을지는 새 계좌에서 따로 주문해야 합니다. 새 계좌를 열어 전액을 옮기면 세법상 가입일 등을 이체 전 계좌 기준으로 할 수 있습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40조의4 제4항). 가입 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세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라, 신청할 때 기존 가입일을 이어 쓰는지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옮기기 전에 꼭 확인할 것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저축보험은 가입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고 해지공제라는 것이 붙어 있어,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이전하면 넘어오는 적립금이 그동안 낸 돈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손실을 확정하고 옮기는 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 전에 현재 해지환급금(이전 가능 금액)이 얼마인지 보험사에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납입 기간이 길어 사업비를 이미 대부분 떼인 계좌라면 이전 손실이 작고, 초반이라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옮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 계좌 상황에 맞춰 판단할 문제입니다.
연금저축보험 펀드 이전이 막히거나 손해 보는 경우
연금저축끼리는 보험에서 펀드로, 펀드에서 보험으로 제한 없이 전액 옮길 수 있습니다. 다만 계좌 안 일부 금액만 떼어 옮기는 것은 제한되고, 2013년 3월 1일 전에 가입한 연금계좌로 옮기는 것과 옛 조세특례제한법상 개인연금저축을 지금의 연금저축으로 옮기는 것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계좌는 아직 연금을 받기 전인 다른 연금저축계좌로 전액 옮길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안 됩니다. 종신연금을 받는 계좌, 압류·가압류·질권이 걸린 계좌도 이체가 막힙니다. 연금저축과 개인형 IRP 사이는 적립기간 5년이 지나고 만 55세가 넘어야 전액 이체가 됩니다.
손해는 주로 가입 초기 보험에서 생깁니다. 금융감독원은 연금저축보험을 가입 후 통상 7년 안에 이체하면 해지공제액이 생길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매달 25만원씩 4년(48개월) 낸 보험의 납입 원금이 1,200만원이고 사업비와 해지공제를 뺀 이전 가능 금액이 1,13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계약이전 때는 1,130만원이 세금 없이 넘어갑니다. 부득이한 사유 없이 해지하면 1,130만원에 기타소득세 16.5%인 186만4,500원이 붙어 손에 쥐는 돈은 943만5,500원입니다. 납입액 전부 세액공제를 받았다는 가정이니, 실제 이전 가능 금액은 보험사에 먼저 물어보세요.
옮겨 가는 쪽이 보험사라면 수수료가 낮은 이체 전용 상품(수관전용상품)을 따로 열어 받아야 합니다. 연금저축신탁은 판매가 중단돼 은행에 새 신탁 계좌를 열어 옮겨 받는 이체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전한 뒤 무엇이 달라지나
보험에서 펀드로 옮기면 운용의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옵니다. 공시이율로 굴러가던 보험과 달리, 펀드 계좌에서는 어떤 상품을 담을지 직접 정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잘 굴리면 수익률을 높일 여지가 생기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스스로 지게 됩니다.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나 연금 수령 시 저율과세 같은 혜택은 이전해도 그대로입니다. 계좌 형태만 바뀔 뿐 연금저축이라는 성격은 유지되니, 노후 자금이라는 목적에 맞게 위험을 관리하며 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용이며 구체적인 이전 손익은 계좌마다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