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락, 다른 결과
자기 돈으로 산 사람과 빌린 돈으로 산 사람이 같은 종목을 같은 날 샀다고 해봅시다. 20% 하락이 오면 자기 돈으로 산 사람은 불편하지만 기다릴 수 있습니다. 빌린 돈으로 산 사람은 이자가 쌓이고 담보 비율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종목 선택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투자에서 회복은 대개 시간이 해결해 주는데, 빚은 그 시간을 쓸 수 없게 만듭니다.
신용융자와 미수, 무엇이 다른가
신용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이자가 붙고 정해진 기간 안에 갚아야 합니다. 보유 주식이 담보가 되는데 주가가 내려 담보 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입금을 요구받고,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로 넘어갑니다.
미수는 결제일까지 대금을 채우는 조건으로 먼저 사는 방식입니다. 이틀 안에 돈을 넣지 못하면 다음 거래일에 강제로 처분됩니다. 미수금이 남으면 일정 기간 거래가 제한되기도 합니다. 둘 다 빌려서 산다는 점은 같고, 기한이 짧을수록 압박이 큽니다.
반대매매가 아픈 이유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담보를 지키려고 보유 주식을 파는 절차입니다.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을 고를 수 없고, 정해진 방식에 따라 처분됩니다.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날에 몰려서 나오기 때문에 하필 가장 낮은 구간에서 팔리는 일이 잦습니다.
더 곤란한 것은 이때 손실이 확정된다는 점입니다. 며칠 뒤 주가가 회복돼도 이미 팔린 뒤라 되돌릴 수 없습니다. 버틸 수 있었으면 손실이 아니었을 하락이, 버틸 수 없어서 손실이 되는 구조입니다.
쓸 날이 정해진 돈도 빚과 같다
대출을 받지 않았어도 여섯 달 뒤 전세금으로 쓸 돈이라면 사정은 비슷합니다. 그날이 오면 값이 얼마든 팔아야 하니,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와 무관하게 시점이 강제됩니다.
그래서 투자에 넣는 돈은 최소 몇 년간 없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여윳돈이어야 한다는 말이 반복됩니다. 이 조건이 갖춰져야 하락을 기다림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지난 수익률을 보고 서두르게 될 때
"그때 샀으면 얼마를 벌었을 텐데"라는 계산은 누구나 해봅니다. 다만 그 계산에는 그 기간을 실제로 버텨낸 시간이 빠져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 곧은 상승선이지만, 그 안에는 몇 차례의 큰 하락이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 성과를 만회하려고 빌린 돈을 얹으면 버틸 힘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조급함을 느낄수록 원금 규모와 기간부터 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